첫 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동시에, 미학적인 변화도 아울러 가져온다.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전자음악은 소음에서 음악적인 의미를 찾고자 하는 새로운 음악시도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을 갖고 발전되어갔다.
프랑스 국영 방송국 (RTF: Radiodiffusion-Télévision Française)의 기술자이자 방송인 (broadcaster) 이었던 피에르 쉐퍼 (Pierre Schaeffer, 1910-1995) 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구체음악 (musique concrète) 의 창시자로 음악사에 기록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일하던 Studio d´Essai 에서, (후에는 Club d´Essai로 이름을 바꿈), 처음에는 턴테이블을 중심으로, 1951년 이후에는 테이프 레코더를 비롯한 여러가지 장비를 갖추고, 꾸준히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새로운 음악언어와 그에 따른 새로운 작곡 기법을 모색함으로써, 종래와는 다른 표현 양식을 개발하여 나갔다.
지난 호에서 잠깐 언급한 그의 작품 <Études aux chemins de fer (1948)> 를 보자. 이 작품의 주제는 기차소리 또는 기차소리에 의한 정경 이라고 할수 있다. 기차에 관한 풍경을 음향으로 상상하면 여러가지 소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우리가 가장 쉽게 생각 할 수 있는 것으로는, 기관차가 선로를 달릴 때 내는 소리, 즉 일정한 주기를 두고 반복되는 "덜커덩" 하는 소리가 우선 떠 오를 것이다. 그 외에, 달리는 기차안에 앉아 창 밖을 볼 때 흔히 겪게되는 현상중, 반대편 선로에서 다른 기차가 이 편을 향해 달려 올 경우, 두 기차가 각기 동반하는 세찬 바람이 순간적으로 맞부딪히게 되어 생겨나는 꽝 하는 폭발하는 듯한 소리도 예로 들 수 있다. (음악적인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이 소리는 subito forte 에 해당한다.) 그러다가 역에 도착하면 역원이 안내하는 호루라기 소리도 듣게 되고, 도착하여 대기 중인 기차 동체에서 압축된 고기를 뽑아낼 때 나는 쒸익 하는 거대한 소리도 경험하게 된다. 피에르 셰퍼는 파리의 기차역, 현장에서 당시의 증기기관차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들을 녹음한 뒤 이들을 편집 (몽타쥬)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고 이것이 바로 <Études aux chemins de fer> 이다.
이 작품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피에르 셰퍼가 이 작품에서 주로 사용한 소리로는 우선, 우리가 위에서 살펴본 여러 소리들중 첫번째 소리, 즉 "덜커덩" 하는 소리이다. 그는, 기차가 달릴 때 실제로 이 소리가 계속 반복되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이 소리의 반복을 이용하여 일종의 리듬패턴을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 "덜커덩"은 하나의 작은 리듬단위로써 음악적인 기능을 갖는 요소로 승격된다. 이를 모티브라 볼 수도 있고 장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여튼 이 "덜커덩"은 이제, 듣는 이에게 일종의 음악정보를 제공함과 더불어, 이 작품의 전개에 있어서 구심적인 역활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사용된 "덜커덩" 소리는 여러 종류이다. 그리고 이들은 같은 "덜커덩"류에 속하지만, 제각기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이들은 각각 속도감이나 원근감에서 차이를 보여주며, 각 소리의 무게같은것도 다르게 느껴지게 한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여러가지의 "덜커덩"으로 리듬 패턴을 만들면, 각 리듬패턴의 성격, 예를 들자면 박자나 리듬감에 있어서도, 뚜렷이 차이를 보여주게 된다.
셰퍼는 이러한 "덜커덩 바레이션"들을 하나의 성부로 다루며, 선율적인 터치로 이끌어간다. 그와 동시에 중간중간에 호루라기 소리를 액센트적 요소로 가미한다던지 또는 기차가 선로에서 교차하는 소리를 편집하여 "덜커덩"에 유사한 리듬패턴을 만든 후, 이를 대위법에서 흔히 사용하는 모방 기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대비, 처리하기도 한다.
이 작품을 비롯하여 초기의 musique concrète 작품을 듣고 있노라면, 현실주의 색채의 구상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라디오청취극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위에서 언급한 "덜커덩" 이란 리듬곡조는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예전에 우리가 턴테이블로 LP판을 들을 때, 이런 종류의 리듬반복현상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가 LP 판을 들을 때는 턴테이블의 바늘이 LP판 위를 타면서 녹음된 소리가 재생되어 나게 되는데, 때때로 바늘이 LP판 표면의 어딘가에 걸려서 한자리에서 계속 같은 곳만 되풀이하여 재생하는 경우가 있다. 셰퍼는 이러한 closed grooving 을 이용하여 위와 같은 리듬패턴을 만들었다. 테이프 레코더가 등장한 이후에는, 반복시키고자하는 테이프 부분만을 잘라낸뒤 그 양끝을 연결하여 동그란 고리처럼 연결한 후에 그 테이프고리를 테이프 레코더에서 계속 회전시킴으로써 위와 같은 효과를 얻어내었는데, 이것이 바로 전자 음악 스탠더드기법 중 하나가 된 루프(loop) 테크닉이다. 이 외에도 셰퍼는, 어떤 소리의 특정 부분, 예를들면 어택 (attack) 만을 따로 잘라낸다던지, 소리를 재생할때 속도에 변화를 줌으로써 음고와 음색에 영향을 주는 것 (transposition), 또는 테이프를 본래와 반대방향으로 거꾸로 재생시키는 것 (revers) 등, sound editing의 기본 기술을 연구, 발명했고, 그 중 많은 기법이 오늘날에도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1.
오늘날에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되어, 많은 컴퓨터작업이 마우스 클릭 하나로 간단히 처리된다. 그러나 사실상 이러한 기술 중 대부분이 몇십년전 당시의 제반 여건, 즉 우리가 지금 생각하기에는 가히 원시적이라고 여겨지는 상황하에서 발명되었고,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낡고 언뜻보기에 구닥다리로 보이는 기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언뜻 보기에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당시의 작품들은, 놀랍게도 오늘날의 여느 디지털 매체에 의해 만들어진 컴퓨터 음악작품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풍부한 상상력의 동원과 급진적인 음악어법의 사용등으로, 오늘날의 청중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준다.
(Chien d’Andalusia)
1948년, <Études aux chemins de fer> 는 , 다른 몇개의 짧은 습작들, 즉 <Études aux tourniquets>, <Étude violette>, <Étude noire>, <Étude pathétique> 등과 함께 <Concert des Bruits (소음 음악회)> 란 제목하에 라디오의 전파를 타고 방송됨으로써, 음악사에 있어 musique concrète 의 첫 공식작품으로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여러가지 면에서 새로운 예술형태였다. 작품의 연주가 연주자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 여러번 똑같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등 여러면에서 그러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요소를 갖는다는 점이었다.
그럼 구체음악이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크게 보아 우선 두 가지 면에서 기존음악과 구체음악과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첫째로는 작곡하는 방식에 있어서이다. 보통 한 작곡가가 어떤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우선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은 뒤, 이 아이디어를 소리로 직접 구현하기 위하여, 소리를 담는 틀을 정하고 (작품의 형식이나 구조) 이에 알맞는 악기를 선택한다음 소리를 고르고, (음열을 만든다던지 또는 조성음악인 경우는 성격에 알맞는 조성을 선택하는 일들) 그에 따른 화성체계를 정리하는 등 구체적인 작품 계획을 짠다. 이러한 선행 작업이 어느정도 끝난 이후에 작품에 착수한다. 여기서 작품에 착수한다는 것은, 오선지 위에 악보를 그리는 행위이다. 즉 추상적인 기호를 종이위에 기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오선지위에 기보된 작곡자의 의도는, 연주자가 연주를 하는 단계를 거침으로써 우리귀로 들을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심포니를 예로들어보자. 베토벤은 산책을 하면서 목가적인 성격의 작품에 영감을 얻어 작품을 구상한다. 목가적인 성격의 심포니를 쓸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는 조성을 선택하고니서 모티브와 주제들, 각악장의 성격, 등등을 생각하며 스케치를 한 다음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한 뒤 얼마이후에 완성시킨다. …. 이렇게 작곡되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인데 이를 우리는 추상적인 음악(abstract music) 으로 간주하며, 구체음악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구체음악에 있어서는 위의 작업 순서가 뒤바뀌어 반대로 진행된다. 다시 말하자면, 작곡가들은 자신이 사용할 소리를 먼저 찾아본다. 즉, 자신이 나중에 어떤작품을 쓸지 아직 정하지않은 가운데, 우선 소리재료부터 먼저 찾는것이다. 재료를 찾으면 자신의 작업장에서 그 소리를 갈고 닦으면서 (갈고 닦는 행위가 무엇인지는 이 글의 뒷 부분에서 설명된다) 거기에 알맞는 용기, 즉 작품의 틀을 짠다. 그리고 나서 그 소리들을 전체의 한 시스템안에서 안에서 (음악적인 구조안에서) 알맞게 정리하고 배치한뒤, 테이프 안에 담아 Fix하면 작품은 끝났고 연주준비 완료이다. 즉, 구체적인 재료에서 시작하여 추상적인 음악작품으로 탄생하는 경우이다. 여기서 나중의 결과물이 추상적이라고 한 이유는, 원래 재료가 구체적인 소리였던데 반해 나중에 만들어지는 작품은 구체적인 재료가 무엇인지 전달될 필요없이 이를 통한 음악적인 표현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즉, 피에르 셰퍼가 그의 <Études aux chemins de fer> 에서 덜커덩을 사용했지만 결국 작품안에서는 덜커덩이 기차소리로 전달될 필요는 사실상 없고, 리듬적인 구성요소를 맡아 전체작품안에서 다른 여러 소리들과 어울려서 추상적인 음악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로는, 사용되는 소리 재질의 차이이다. 구체음악 작곡가들은 녹음에 의한 소리를 원칙적으로 사용한다. 천둥소리, 물소리등 자연의 소리와 함께, 위에서 본 것 처럼 사물의 소리, 기계소리등 소음을 직접 본인이 녹음하여 사용하는것을 원칙으로했다. (이는 화가들 중 직접 염료를 만들어서 본인이 원하는 색채와색감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화가들이 있는것과 같을것이다). 이러한 소음에 대한 음악적 요소의 발견은 이들보다 앞선 시기에 루이지 루쏠로 (Luigi Russolo, 1885-1947 ) 로 대표되는 이태리 미래주의자들에 의해 실험되었고, 에드가 바레즈 (Edgard Varèse, 1883-1965) 와 같은 작곡가들에 의해서도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소음을 사용할 경우, 이것으로 어떻게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피에르 셰퍼는 1986년에 Tim Hodgkinson 과 나눈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소리의 성질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즉 음향적 소리 (sound world) 와 음악적 소리 (musical world) 이다. 전자는 단순한 소리 이고 후자는 음악적 의미를 부여 받은 소리를 말한다. 이렇게 음악적 가치를 내재하는 소리 재질을 그는 musical objets 라고 일컫는다. 음악적 가치란?그는 여기서 언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어느 나라 말이든지 간에, 언어란 일차적으로는 사람이 내는 소리, 곧 , 여느 평범한 음향현상 에서 출발한다. (모음, 자음, 목에서 꺾어내는 소리, 목젖을 울리는 소리 등등) 이 음향현상이 일정한 시스템 안에서 특정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때, 즉 언어학적인 의미를 갖추게 될 때, 이 음향현상은 의사소통을 전달할 수 있는 언어로서의 가치를 갖게 된다. 음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한 음향 현상이, 어떤 구성물 안에서 작곡자가 의도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서 특정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때, 그리고 또 나아가 소리 재질이 그 작품의 짜임새나 아이디어를 만드는데 기여할 때, 우리는 그 음 재질에서 음악적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
구체음악 작품 중, 또하나의 중요 작품으로는, Pierre Schaeffer와 Pierre Henry의 공동 작품 <Symphonie pour un homme seul> 이 있다. 열 한개의 짧은 곡들로 이루어져 있는 이 작품은, 그 제목이 암시하는 바대로, 인간이 만들어 내는 소음을 사용하고 그것을 주제로 하여 만든 작품으로 재미있게 표현하자면 실험음악판 원맨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인간이 직접적으로 내는 소리와( 목소리, 숨소리 따위) 그 밖에 간접적으로 만들어 내는 소리, 즉 발소리, 물건소리, 악기 소리등이 사용된다. 작업 과정을 한번 상상해보자. 우선 여러종류의 사람 소리를 녹음한다. 그 소리들을 작은 소리조각으로 잘라내고, 붙이고, 짜 맞추고, 또 변조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음 재질들은 원래의 의미나 역할에서 자유로워지고 해방된다. 이렇게 중립적인 성격을 갖게된 재질들은, 작곡가가 만든 새 문법안에서 사용되면서 독립적이고 새로운 맥락을 형성하고, 그럼으로써 작곡자의 의도를 전달하는데 충실하게 된다.이 작품에서 사용되는 각종 사람이 내는 소음들-기침소리, 고함소리등의 사용에 대해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작품을 보면, 셰퍼와 앙리는 이 작품의 테마, 즉 사람소리를 총 망라하여 사용하면서 하나의 복합적인 음악 건축물을 만들었다. 음악 소리를 소음에 가깝도록 처리하고, 반대로 소음을 음악소리에 가깝도록 만듦으로써, 원칙적으로 이질적인 두 가지의 소리를 서로 융화시키려고 모색했다. 이 작품은 1950년 3월 파리에서 열린 musique concrète의 첫 공식 음악회에서 초연되었다.
셰퍼는 1951년 이후부터는 테이프 레코더를 사용하여 작업을계속한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새로운 기계들도 발명하였는데, 그 중 중요한 것으로는 Phonogène (하나의 loop를 12 가지의 다른 속도로 재생함으로써, 반음계적으로 음고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장치)과 Morphophone (10개의 재생 헤드를 가진 기계로, 리버브와 에코등이 가능했고 개별 필터를 통해 음색 변화가 가능했던 장치)을 들 수 있다.
피에르 셰퍼는 음악가이자 발명가이며 사상가이기도 했다. 그는 초기 musique concrète 이 발표되고 나서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여 저서를 집필하였는데, 그 중 La Musique Concrète, Traité des objets musicaux은 오늘날에도 은musique concrète 의 길잡이가 되는 책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는 La Musique Concrète 에서 소리 작업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 작업할 소리를 선택, 정리한 뒤 체계를 세우는 단계
2) 음 재질의 다이내믹 (강약) 을 조절할 것.
3)필터 등을 사용하여 음색에 변화를 줄 것.
4) 작은 단위의 소리를 모아서 큰 단위의 소리를 만들 것.
5) 음고에 변화를 줄 것.
6) 마지막 단계, 계획을 세우고 총 믹스를 하여 작품을 완성시킬 것.
등이다.
이러한 소리 작업에 관한 자신의 기본원칙을 보면:
첫째 - 청각에 우선권을 줄 것
둘째 - 전자음원을 배제하고 acoustic 음원을 택할 것.
세째- 새로운 어법을 연구할 것. 청중과 음악가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 새로운 음악구조를 연구할 것.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기 위한 실천사항을 더불어 제시한다.
- 각종 소리를 체계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듣는법을 새로이 배울 것.
- 음 소재를 고안해 낼 것, 즉 오선지위에 추상적으로 기보하는 종래의 방법과 달리, 실제적인 소리구현에 중점을 둘 것.
- 음악적 소재를 만들것. 마이크, 필터등을 갖고 소리에 변화 (sound manipulation) 주는 방법을 익힐 것.
- 작품을 구상하기 전에 습작을 반드시 만들어 볼 것.
-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업에 임할 것.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에르 세퍼는 청각에 절대적으로 결정권을주었고, 그런연유로 그의 작업은 항상 듣는 행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다.
피에르 셰퍼는 구체음악을 크게 세 시기로 나누었다. 그는 초기를 원시적인 시기 (the primitives) 로 규정했다. 그가 바로크 시기로 명명한 중기의 중요작품으로는 1953년에 피에르 셰퍼와 피에르 앙리가 작곡한 <Orphée 53> 라는 구체 오페라(opera concrète) 가 있다. 이 작품은 같은 해 10월 독일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제에서 선을 보였는데, 청중과 비평가들로부터 그리 좋은 평을 받지못했다. 피에르 앙리는 후에 마지막 부분만을 발췌하여 발레음악으로 개작한 뒤 모리스 베자르의 안무와 함께 <Le Voile d ` Orphee> 라는 이름아래 발표하였다. 이 발레는 여러 차 에 걸쳐 공연되었고,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셰퍼는 구체음악의 후기를 표현주의적 시기로 성격지었다.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는 일련의 작품들, Étude aux allures (1958), Étude aux sons animes (1958), Étude aux objets (1959) 등이 해당되며, 이들은 음악적으로나 기술적으로 musique concrète 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그는 이 작품들을 통해서, 공감각적인 느낌을 소리로 해석하려하는등, 청각에 의한 상상의 세계를 구현하려하는 하는 자신의 미학적 견지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그의 예술철학은, musique concrète 에서 출발한 후세대 불란서 테이프음악 작곡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피에르 셰퍼가 만든 스튜디오 <Club d´Essai> 는 1958년 <Groupe de Recherches Musicales> (GRM) 로 개명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에도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GRM-INA 스튜디오이다. 피에르 셰퍼 밑에서 작업을 시작했던 젊은 작곡가들, Francois Bayle Bernard Parmegiani, Beatriz Ferreyra등이 오늘날에는 중견 작곡가로서 활동을 하며 musique concrète 의 아이디어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본 글은 「월간 음악춘추」 2000년 2월호에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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