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음악의 이해

전자음악의 이해 1 - 서문

이정혜 2006. 5. 5. 07:26

 

전자음악의 이해

 

이 글은 제가 2000년 부터 2001년까지 월간 음악춘추라는 잡지에 연재한 글로써 비전문인을 위한 전자음악입문서입니다. 

사실 수정이 좀 필요한데 아직 하지 못하였습니다.언젠가 수정본을 올릴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여기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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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음악의 이해  1편  

20 세기를 마무리해가는 오늘날, 현대음악분야에 있어서 전자음악이 갖는 중요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전자음악의 출현 이후, 이 분야에서 새로운 음향에 대한 도전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또 제반 상황의 변화, 예를 들어 디지털 매체의 등장과 그 사용 등, 과학기술의 발전이 예술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음악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열어주고 있다. i)

전자음악은 음악과 테크놀로지의 긴밀한 협력에 의해 생겨난 음악의 한 분야이다. 미디, 신세사이져 등으로 우리에게 어느 정도 친숙해진 전자음악, 이 전자음악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인지 전자음악의 이해를 통하여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전자음악이 무엇인지를 한 마디로 얘기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전자음악의 실제 범위가 매우 넓고, 또 "전자 음악" 이란 용어에 있어, 집단이나 국가에 따라 단어의 선택과 사용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기서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 반적으로 사용되는 전자 음악을 일컫는 영어 단어, "ELECTRO-ACOUSTIC MUSIC"을 우리 말로 풀이해보면 "전자 음향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ii) 이 전자 음향 음악이란 우선, 전기나 전자 매체를 통해 생성되거나 변형된 음 재질을 사용한 음악을 일컬으며, 나아가서 작품
의 기본 아이디어나 상상력 자체가 전자 매체의 사용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음악도 포함한다. 전자에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전자 음악, 즉 각종 테이프 음악과 라이브 일렉트로닉 뮤직이 해당된다. 후자에 속하는 분야로는 ALGORITHMIC COMPOSITION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들이 어떤 것인지, 연재를 통하여 하나씩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그러면 "전자 음향"이란 무엇인가. 사실 알고 보면 주변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환경 소음" 가운데는 "전자 음향"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전화기를 통해서 듣는 상대 방의 목소리, CD로 듣는 재생 음악, 라디오의 주파수를 찾아 맞출 때 나는 지지직하는 소리, 원두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커피 기계에서 나는 쉭쉭하는 소리등등, 일일이 열거하자면끝이 없다.
이중에서 전기, 전자 매체를 통해 변형된 소리의 예를 들어보자. 가장 간단한 예는 전화를 통해 듣는 상대방의 목소리이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전화 수화기를 통하여 내 귀로 전달 된다. 수화기는 보통 겉이 플라스틱으로 되어있고 양끝 부분에 작은 구멍이 뽕뽕 뚫려 있다. 누군가가 이 구멍에 대고 말을 하면, 소리는 이 구멍을 통해 수화기안의 본체로 전달된다. 입력된 음성신호, 즉 목소리는 이곳에서 전기신호로 바뀐다. 認知된 신호는 여러 과정을 거친 뒤 내 귀에 도달한다. 음성신호가 전기신호로 바뀌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의 음향현상의 영향을 받는데, 이중의 하나가FILTERING 이다. 특정 주파수의 강도에 가감이 생기고 그로 인해 본래의 음색에 변화가 오는 것이다. 전화의 경우, 약 100Hz 에서4000Hz이내의 음성신호만이 認知되어 전기신호로 변환되고, 그 이외의 주파수는 거의 없어진다. 즉 100Hz 이하, 4000Hz 이상의 주파수가 손실되면서, 원음의 배음구조와는 다른 배음구조를 가진 음성신호가 입력 된다. 이에 따라 원래의 음성신호는 전체적으로 맹맹하고 뭉뚱그레한 음색의 음성신호로 변화, 또는 왜곡되는 것이다. iii)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원래의 목소리가 갖는 특징이 없어지게 된다. `XX의 전화 목소리가 YY와 비슷하더라` 라는 데 착안하여 XX 와 YY의 목소리를 음향적으로 분석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전 기, 전자 매체가 원래의 소리를 변형하지않고 보완하는 경우도 있다. 즉 매체의 도움에 의해 그 본질과 내용의 전달이 더 충실해지는 경우이다. 안방에서 듣는 "CD 음악 감상"을 생각해보자. 한 예로, 서양 악기 중 중세와 바로크 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하고 지금은 고음악
(EARLY MUSIC) 연주에서만 사용되는 류트라는 악기가 있다. 이 악기는 여느 고음악 악기들처럼 음량이 매우 작다. 이 악기의 특징은 실제 사용되는 현 이외에 몇 개의 개방현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 현은 연주시 실제로는 직접 찰현 되지 않는 대신, 본래의 현이 울리면 자
신은 옆에서 같이 울리기만 하는 "공명현"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 공명현은, 한 음, 한 음류트를 뜯을 때마다 다양한 배음 구조를 만들어 내게 한다. 이것이, 미묘하고 섬세한 류트특유의 음색을 만들어 내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연주회 감상 조건아래에서, 이
런 미세한 음향 상태를 실제 음악회장에서 체험하기란 사실상 매우 어렵다. 필자는, 연주 감상에 있어서는 CD가 음악회를 능가할 수 없고 대체하기도 힘들다라고 주장하는 음악회지지파이지만, "음향" 감상에 있어서는 그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마이크로폰을 통
해 녹음을 하고 증폭을 통해 그것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소리의 질을 증강시킴으로써 연주회장에서 흩어져 없어지는 류트 소리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 탈색된 원음에서, 가능한 한 그 본색을 찾을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어 보완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작은
알갱이를 볼 때 확대경의 도움을 빌면 섬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것은 녹음기술의 발전이, 음악감상에 있어서 특정 악기의 연주본질을 유지하는 보조수단으로 사용되어 톡톡히 한 몫을 한 경우이다. 근래 몇 년 사이에 나타난 원전연주
(HISTORICAL PERFORMANCE) 의 대중화는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뒷바침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믿는다.

이 러한 상황에서 음악가, 또는 음향 기사는 한층 더 나아가, 자신의 의도대로 "소리 연출"을 할 수 있다. 연출적 의도가 녹음과 재생에 포함 또는 가미 된 경우, 전자 매체와 그의 사용은 단순한 보조적 위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런 작은 부분에서 전자 매체에 의한 음향실험은 시작된다. 위의 두 예는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극히 간단하고 단편적인 예의 일부이다. 일반적으로 악기가 동반되지 않은 경우의 전자음향이란, 첫 예의 경우와 같이, 언뜻 생각하기에 괴상하고 낯선 소리, 구체적으로
무엇이라 말하기 어렵고 무표정하고 무기질적인 (무감각적인?) 소리를 연상하기가 쉽다. 그러나 사실 이들 중에도, 표정과 감정이 스며든 소리가 적지않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여기에 음악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 자신의 의도를 표출하는 것이 작곡가의 또 하나의 임무
라고 할 수 있다. PIERRE SCHAEFFER의 기차소리를 사용한 작품 "ETUDE AUX CHEMENS DE FER", 또 KARLHEINZ STOCKHAUSEN 의 "HELICOPTER STRING QUARTET"등 많은 작품들이 이런 취지에 바탕을 둔다. iv)

그러면 전자 음향의 사용은 작곡가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SYNTHESIZER가 발명되어 합성음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는가 하면, RING MODULATION 또는 FILTERING 등을 통해, 종래의 악기 소리를 원하는 바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이 방면에 종사하는 음악인, 즉 작곡가들에게 물리적인 혁신이외에도 다른 면으로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작곡가로 하여금 직접적으로 "음향 제조"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주었고 이는 "자신의 악기" 또는 "자신의 소리"를 통해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제반 상황은 작곡가, 음악가에게서 발명가적인 상상력, 장인적인 기질을 요구하게 되었다. 또 음악가의 "공방 (工房)"에서 실험을 거쳐 창작된 "작업" (=작품)이 청중들에게 직접 선 보이게 됨에 따라, 작품을 재현한다는 것, 즉 "연주"라는 행위에 작곡가들이 훨씬 더 밀접하게 동참하게 되었다. 서양의 낭만시대와 초기 현대를 거치며 작곡가와 연주자가 분리된 이후, 다시금 연주자와 작곡자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 또는 완전히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최근 전자음악 전문 작곡가들의 약력을 보면 "작곡가이자 사운드 디자이너, 전자음악의 해석자"라는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v)
이렇게 새로운 소리로의 탐구는, 일반적으로 냉철한 사고력을 우선시 하는 현대 음악 작곡 분야에, 청각과 청취력의 능동적 사용을 다시금 요구한다. 이러한 변화는 청각적 상상력을 크게 활성화 시켰고 그에 미학적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전자 음악의 의미를 한번 훑어보고 전자 음향에 관한 몇 가지 단편적인 사항을 살펴보았다. 차후에는 다음의 내용을 연재할 계획이다.

1.테이프 음악
2.라이브 일렉트로닉스
3.ALGORITHMIC COMPOSITION
4.멀티미디어

위 각 분야의 내용을 스튜디오, 작품, 작곡가 등의 예를 들어가며 일 이회에 나누어 실을 예정이며 기타 전자음악의 이해에 필요한 용어 및 기본 개념은 그때마다 약간씩 설명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전자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를 바란다.

주석
i)음악과 기술의 상호협력은 사실상 그 역사가 깊다. 음향학 연구가 물리학과 수학의 뒷받침으로 이루어져 온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악기의 개발, 새로운 연주 공간의 창출은 음향에 대한 기본 관념의 변화, 작곡기법의 변천과 긴밀한 관련이 있어왔다.

ii) ELECTROACOUSTIC MUSIC과 반대되는 개념은 ACOUSTIC MUSIC이다. 이것은 종래의 악기(여기서는 人聲을 포함)를 사용하여 작곡된 작품을 일컫는다. 그래서INSTRUMENTAL MUSIC과 같은 의미로 ACOUSTIC MUSIC이란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iii) ANALOG COMMUNICATION의 경우

iv) 여기서는 독자들에게 문제점을 제시하기 위해, 합성음보다는 구체음을 사용하는 작곡가들을 위주로 얘기를 엮어간다.


v) 최근에 와서는 다시금 이를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작곡을 하지않는 SOUND DESIGNER, AUDIO DESIGNER 의 등장이 바로 그것인데, 이들은 종래의 SOUND ENGINEER 의 음악적 역량이 결핍된 것을 보완하여, 음악적인 내용에 있어서나 기술적인 면으로 동등한 능력을 가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들이 활동하는 범위는 매우 넓은데, 작곡가들과 관련된 부분으로는, 전자 작품 실현작업을 돕는 일 이외에 다른 작곡가의 작품을 독자적으로 재연, 연주 하는 것도 이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본 글은 「월간 음악춘추」 2000년 1월호에 연재되었던 글입니다.)